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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변 잡기 (雜記)/서브 컬쳐

최상의 명의 2부 후기

by UTPasiirs 2015. 4. 10.

- 할렘과 의학의 결합

 

최상의 명의 1부에서 이어지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주인공이 기존의 사이죠 미코토에서 모가미 요시아키로 바뀝니다. 처음부터 인간성, 의학지식, 경험 등 모든 면에서 정점에 달한 상태로 시작하는 전작 주인공과는 달리 2부에서는  의학지식이나 인간성 측면에서 많이 부족한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앞세워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처음 책을 구매할 때는 변화의 폭이 넓고 높은 성장가능성을 가진 케릭터를 앞세워 어떤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인지 꽤 기대를 했습니다만 18권까지 읽은 지금은 쓴 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네요.  

 

부제인 - 더 킹 오브 니트 - 를 생각했을때 이 작품은 집구석에 틀어박혀서 아무것도 안하는 주인공이 의사로써 어떻게 성장해 나가느냐를 예상하게 됩니다. 구매하시는 분들도 그 점을 기대하고 책을 구매할 건데요. 그런데 막상 주인공을 보면 전혀 니트답지 않은 성격의 케릭터고 스토리는 의학이 아닌 할렘루트를 탑니다. 이건 독자의 예상의 뛰어넘는다기보다 그냥 제목을 잘못뽑았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니트지만 크고 강하고 약자를 배려하며 희생정신까지 갖춘 니트면 애초에 니트 라는 설정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건 제 예상이지만 주인공의 초기 설정은 니트가 아니었을 겁니다. 최상의 명의 마지막 권에서 언급된 모가미 요시아키는 큰 키, 사나운 눈매에 야성적이고 박력있는 남자로 학교도 자기 내킬 때나 나가는 자유분방한 이미지였고, 그 점으로 미루어 최상의 명의 2부는 겉잡을 수 없는 깡패였던 주인공이 특정 사건을 계기로 의사로 각성해 나가며 비슷한 뜻을 가진 의사 동료를 모으는 컨셉으로 기획되었을 것이라는 걸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발 앞서 주제를 선점한 의룡이라던지 따끈따끈 베이커리 연재에 대한 편집부와의 마찰과 같은 여러가지 문제가 얽힘으로써 급하게 궤도를 수정해야 했던 거겠죠.

 

결국 급조된 애매한 니트라는 컨셉은 그리는 작가 본인도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5권 즈음에서는 의미가 거의 다 퇴색되었고 본격적으로 여자들과 얽히는 할렘계열로 작품의 방향성이 변화하게 됩니다. 의대생으로써 의사로써 남자로써 멋진 모습을 어필하면서 환자, 친구, 동료 등 여성이라면 아주 닥치는데로 주인공에게 빠져들게 되는데 심지어는 썸을 타고 있었던 여자 셋과 동시에 사귀게 되기까지 합니다. 덕분에 의학적 번뜩임 같은 창의성 발휘를 통해 의사로써 성장해나가는 본래의 주제보다 여자를 함락시키는 모습만이 부각되어 흔히 말하는 '병원에서 연애'하는 한국 드라마식 전개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차이점은 삼각관계, 사각관계같은 치정싸움이 아니라 아주 닥치는대로 할렘을 타버린다는 점이지만..

 

여튼 이 작품을 의학물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정체성이 부족하고 그냥 의학을 소재로한 연애성장물이라고 보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전작인 최상의 명의 1부가 아무래도 의학물에 관한 정통성 측면에서 다른 작품들에게 많이 밀렸던 만큼 변화를 시도하고자 했던 점에서는 박수를 받을만하지만 그 때문에 의학물로써의 본질을 잃어버렸다는 점에서 질책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네요. 휴먼 드라마가 아닌 개그와 연애에 의학을 버무린 작품이라는 점을 생각하고 읽으면 적절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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