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쥬얼한 신세대 성인 웹툰
'나쁜 상사'의 작가이신 네온비 님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된 것은 '다이어터'라는 웹툰을 통해서 였습니다. 이후 '결혼해도 똑같네', '여행해도 똑같네(현동님 작품)' 등의 작품을 찾아 읽으면서 네온비라는 작가가 부부동반 만화가이며 여류 만화가이고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고 어떤 취향인지에 대해 천천히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이 작가님과 제 기호는 꽤 궁합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웬만해서는 웹툰으로 한번 보면 다시 찾을 생각을 안하게 마련이었는데 이 작가님의 만화를 짬이 날때마다 몇 번씩 읽었으니까요
그런데 마지막 다음 웹툰 연재작에서 레진 코믹스에서 연재가 결정되었다는 글을 본 것을 끝으로 한동안 이 분의 만화를 찾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레진 코믹스는 유료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만화책이 발간되면 구매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몇 달동안 잊고 있다가 마침내 구정에 짬을 내어 교보문고를 찾아가 책을 구입했습니다. 서점에서 성인용 만화를 사본적이 없었는데 성인용 만화는 책 살때 면허증까지 꼼꼼히 확인하더군요. 뭐 각설하고.
네온비님의 이전까지 작품은 케릭터가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으로 가볍고 발랄한 이미지를 주고 있었는데 이 '나쁜 상사' 라는 작품은 성인용 만화이기 때문인지 그런 부분에서는 작가님께서 상당히 많이 절제를 하고 계시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성행위 장면도 많이 묘사되고 호스트 바나 회원제 클럽, 오피와 같은 퇴폐, 윤락업소에 대한 내용도 꽤 자세하게 나옵니다. 아무래도 여류 작가이신데 설마 김성모 화백처럼 조폭에게 일수를 꾸고 안갚는다던지 하는 근성 돋는 체험을 해보시지는 않았을거고 주변에 물어물어 조사를 하셨을텐데 제법 내용이 깊이 있고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꽤 고생을 하셨을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줄거리 부분은 스포라서 적지 않지만 이 작품의 끝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것 정도는 써도 될 것 같습니다. 결국 대단원에 이르기 까지의 과정을 얼마나 독자가 지루하지 않게 지속적으로 흥미를 유발시키면서 풀어나가는냐 하는 문제일 텐데 길게 끌 것 없이 3~4권 정도면 완결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이상으로 끌면 이 작품도 막장 사골이 되는거겠지요. 레진 편집부에서 엉뚱한 바람만 넣지 않으면 여태까지 1~2권에 걸쳐 진행되는 스토리의 흐름이라던지 전개속도로 보아 별 문제없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정도에 결말을 볼 수 있을거라 예상됩니다.
성인만화라고 하면 골목 깊숙한 곳에 위치한 허름한 만화방에서 자욱한 담배 연기 사이로 들어오는 백열전구 빛으로 은밀하게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그런 세대는 이제 다 지나갔음을 느꼈습니다. 야하거나 잔인한 것과 같은 원초적인 자극을 즐기는 것에 대해 부끄럽고 죄짓는 듯한 기분으로 음야(陰夜)속에서 소비되어왔던 대한민국의 성인문화콘텐츠가 이렇듯 자연스럽게 변화되어 나가는 모습을 보니 묘하게 세월도 느껴집니다. 레진에는 이 '나쁜 상사' 말고도 수 많은 성인물이 있는데 어렸을 때는 취향이고 뭐고 조금이라도 야한게 있으면 못봐서 안달이 나있었던 제가 이제는 성인물을 구미에 맞춰 골라 볼 수 있는 세상이 왔네요. 정말 좋은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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