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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변 잡기 (雜記)/서브 컬쳐

극장판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헤븐즈 필 프레시지 플라워 후기

by UTPasiirs 2017. 11. 18.

- Presage flower 불길한 꽃

 

일본에서는 개봉한지 제법 되었지만 국내 개봉을 기념하여 보고 왔습니다. 이제는 씹덕물이라고 해서 인터넷에서 만화나 애니 가지고 몇 글자 적기만 하면 수용소를 탈출했냐는 등 네 다음 씹덕이라는 등 몰상식한 발언이 쏟아져서 블로그 말고는 어디 적을 공간도 마땅치가 않게된 것이 씁쓸합니다.

 

영화 소감을 적기 앞서서 근 몇 년 사이의 트렌드를 좀 언급하자면, 아예 서브컬쳐에 대한 주 소비층이 완전히 갈려버렸다는 점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투니버스나 챔프 같은 채널은 아예 유아용 채널로 변해버렸고 애니메이션도 이제는 '이 쪽' 계열 아니면 납득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리그화가 되어서 그 골을 도저히 메울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는 것 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공중파에서 서브컬쳐문화가 제법 스포트라이트 되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제는 애니는 커녕 만화도 속칭 원나블 같은 메이저 만화가 아니면 대놓고 조롱이나 당하는 분위기에 이 영화가 국내 개봉되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거의 덕판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그냥 채산의 문제겠지만 여튼..

 

오늘도 영화관 들어가니까 서로간 두려운 눈으로 애써 시선을 피하던 관람객들의 모습이 유독 기억에 남네요.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미야자키 하야오 선생이 한 말씀을 좀 인용해 볼까 합니다. '인간관찰을 하기 싫어하는 인간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다.' 즉 어린시절 만화만 보며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던 사람들이 만화를 만드는 세대가 된 지금 제대로 된 만화가 나오겠냐는 겁니다.

 

인생의 스펙트럼이 기껏해야 학교, 학원, 입시, 동아리 활동 정도에 국한되었던 자들에게서 나오는 빈약한 상상력의 말로가 지금 일본 애니메이션의 현주소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당장 애니메이션 방영 스케쥴 표만 봐도 알 수 있죠. 되도 않은 개똥철학이나 말초적 자극만 추구하거나 이것도 아니면 그저 예쁘장하게 치장한 일상물이 대다수 입니다. 방향성이 있는 무언가를 가진 작품이 얼마나 보입니까. 그런 만화들이 현 시대의 주류를 이루게 되니 세상을 등진 자들의 리그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가 없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저는 솔직히 대답이 궁색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잡설이 너무 길어져서 일단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 포스팅때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영화 내용을 보자면 아무래도 UBW 극장판에서 교훈을 얻은 듯 분기 1개를 다루기 위해서는 한편의 영화로는 어림없다는 인식이 잘 반영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공의 경계 극장판을 통해서 노하우를 얻었기 때문일까요? 동 시리즈물의 연장선상으로 보았을때 ufotable 제 외 페이트 시리즈는 거의 괴작 수준이었는데 다행히도 이번 극장판은 원작의 사쿠라 루트 특유의 음울함이 잘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이상과 동경 같은 타 루트의 주제의식과는 차별화된 육체적이고 현실적인 쓴 맛이 잘 느껴지네요.

 

3부작 중 첫 편이라서 그런지 일단 도입부를 최대한 줄이고 줄였는데도 본 주제로 들어가는데 상당량의 플레이타임을 할애했지만 TV시리즈의 뱅크신 등을 활용하여 이제는 지루한 '그' 프롤로그를 잘 풀어낸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만큼 액션신의 다채로움은 줄어들어서 약간 아쉬움도 남습니다만 3부작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게임을 플레이 해본지가 워낙 오래되서 그래도 신선한 기분으로 볼 수 있었겠지 싶었는데 막상 보니까 너무 잘 기억나서 그다지 새롭지는 않았습니다. 망상신음 같은 형이하학적 외전까지 너무 잘 기억이 나서 당황스러울 정도네요.

 

결론적으로 새로운 것은 없었지만 마이너스적인 요소도 없었다는게 대략적인 감상편입니다. 원작 팬들도 나름대로 안심하고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데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네요. 아마 영화관에서 개봉을 하였으니 BD로도 발매가 될 가능성도 꽤 높아진 것 같은데 기회가 되면 이것도 집에 들여놔야 겠습니다. 다음편은 반드시 19세로 개봉하여 모든 이들의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이 되길 기원하며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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