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를 표현하는 경이로운 S.F
나이트워치 시리즈는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 시리즈로 알려진 카도노 코우헤이 작가의 S.F 소설로 여태까지 제가 읽었던 소설 중에서 우주에 관해 가장 아름답고 시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작품이자 제 인생에 손에 꼽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심적으로 힘들 때마다 많은 위안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지요. 총 3권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피카레스크와 옴니버스식 구성의 중간형식 취하고 있으며 절대공허 속에서 성찰해가는 인류의 모습을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소설 속의 시대 배경은 상극와동여진원리의 발견에 의해 생활터전이 태양계 정도는 이미 먼 옛날에 초월해버린 아주 먼 미래이며 동시에 인류가 허공아라는 미지의 생명체를 만나면서 멸절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디스토피아입니다. 작품 내에서 인류는 멸망의 사태를 막기위해 궁극공간방위구상이라는 계획을 통해 초병기 나이트워치 시리즈를 개발하여 허공아에 대항하게 되는데 이에 탑승하는 파일럿들을 보호하기위한 안정장치인 꿈의 세계 즉 VL형 심퍼사이져를 통한 '현실(가상현실)'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됩니다.
카도노 선생의 문체가 가진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니힐리즘이 섞인 담백한 표현은 이 작품 내에서 무한히 펼쳐진 우주공간과 이를 대하는 인간의 내면을 묘사하는데 있어서 최적의 효과를 내고 있죠. 한문장 한문장이 읽을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며 궁극의 허무함과 신비감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이 느낌은 실제로 읽어보면 금방 알 수 있는데 글로 표현하려니 잘 전달이 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혹자는 '뭐 하나 명확하지 않고 안개 속을 빙빙도는 느낌'이라고 하기도 합니다만.
본 작품은 카도노 선생의 과거 작품들과 여러 부분에서 연결되는 점이 많아서 해당 작품들을 읽어봤다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1권에서 등장하는 주인공 마바로하 레이(쿠도 효우고)의 정신적 안정을 위해 만들어진 가상 세계는 부기팝이 존재하던 시절의 그 세상이며 2권에서 등장하는 이미지네이터는 부기팝 시리즈에 등장하는 바로 그 이미지네이터이며 모든 에피소드에서 공통으로 언급되는 허공아는 부기팝에서 에코즈로 표현되는 절대적 존재들입니다.
이 작품은 아주 오래전에 발간된 작품이고 현재 절판된 상태로 구매가 어렵습니다. 리뉴얼된 버전으로 재발매가 되기는 했지만 제가 소장하고 있는 저 표지의 책은 현재로써는 중고시장을 통해서 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새 시리즈는 역자도 바뀌어서 느낌도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그러나 구판이든 신판이든 이 나이트워치 시리즈는 카도노 월드에서 공통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철학적 지향점인 '존재의 의미'를 성찰해 가는데 있어서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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