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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변 잡기 (雜記)/서브 컬쳐

공의 경계 한정판 잡설

by UTPasiirs 2014. 8. 14.

- 일본의 서브컬쳐계를 전과 후로 나뉘도록 한 작품

 

예전에 사두었던 공의 경계 한정판입니다. 당시에 예약구매형식으로 받았는데 개시한지 몇분만에 완판된 화제의 책이었습니다. 양장에 북케이스 그리고 성경책에서나 볼 수 있는 귀도리 처리에 은박코팅까지 되어있는, 라이트 노블치고는 파격적일만큼 고급사양이었습니다. 

국내 소설로는 이영도 님의 드래곤라자, 퓨쳐워커, 이우혁 님의 퇴마록, 전민희 님의 룬의 아이들 같은 명작 반열에 오른 극히 일부의 작품만이 한참의 시간이 흘러서야 양장본으로 재발간 된 것을 생각해볼때 이러한 대우는 그만큼 이 책의 구매층에 대한 업계의 신뢰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에 걸맞게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살인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작가 나름의 고찰을 난해하지만 깊이가 있는 문장으로 독자에게 던지고 있고, 덕분에 꽤 많은 평론가의 주목을 끌기도 했었습니다. 이는 당시 나스 작가의 문체가 주류문학과 서브컬쳐의 중간영역에 걸쳐 있었던 덕택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뒤로 현재까지 비주얼 노벨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로 활동하면서 특유의 수사적 표현에만 집착하는 듯한 행보를 밟게 되고 2012년 발매한 '마법사의 밤(魔法使いの夜)'이라는 게임에서 그 표현방식과 케릭터 설정에 관해 극단을 찍게되면서 완전히 이쪽계열오덕의 노선을 타버리게 됩니다. 어쨌든 당시 작품내의 그 미묘한 밸런스가 주류와 비주류 사이의 균형을 절묘하게 잡은 덕택에 재차 조명되면서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도 미디어믹스가 되어 지금까지도 꾸준히 발매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책 자체에도 이러저러한 프리미엄이 많이 붙어서 2014년 현재 대략 10만원 정도로 중고가격이 형성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워낙 인기가 있는 작품이라 시간이 오래 지났다고 해서 못구할 물건도 아니지만 지금 국내서점에서 판매중인 것은 2007년 일본에서 새롭게 발매된 문고판을 기준으로한 상,중,하 3권으로 나뉘어 재발매된 버전일 겁니다. 이건 2005년 양장본과 함께 발간된 일반판에 작가의 가필 수정이 들어간 버전이라고 하니 2005버전과는 또 다른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2001년 겨울, 일본 코미케에 모습을 드러내 서브컬쳐계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나스 키노코작가의 대표작으로써 제 책장의 한 쪽 구석자리를 꽤 오래도록 차지 할 이 작품을 아직 접해보지 못하신 분들께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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