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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변 잡기 (雜記)/기타 기록

자막의 주류가 ASS로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이유

by UTPasiirs 2015. 4. 8.

한방에, NSCC4 를 사용해왔던 자막제작자의 입장에서 ASS자막제작의 대표적인 툴인 Aegisub을 사용하며 느꼈던 점을 바탕으로 현 ASS 자막제작에 대한 소견을 적어볼까 합니다. ASS 자막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Q. 자유롭게 '멈추고, 재생하며, 단축키'를 사용할 수 있는가?

Aegisub 에서는 싱크를 넣으려면 마우스로 사운드스펙트로미터를 일일히 찾아 대사의 시작지점과 끝 지점을 마우스로 찍은 후 엔터키혹은 G키로 싱크를 넣어줘야 합니다. 대사가 시작되는 사운드를 들으면서 리얼타임으로 시작싱크와 끝싱크를 찍어줄 수 있는 NSCC4의 신속성을 따라올 수 없습니다. 게다가 단축키에 대한 범용성에서도 차이가 큽니다. 속도와 간편함이 생명인 작업에서 여러번 마우스를 움직이고 클릭해야하는건 굉장히 큰 단점입니다.

 

Q. 일정 부분은 사운드를 뒤로 밀어서 들을 수 있는가?

Aegisub의 Q나 W의 의 기능 (지정한 싱크의 앞/뒤 0.5 초 부분을 재생해줌)으로는 한계가 있고(애당초 그런 용도도 아닙니다만) 보통 대사가 긴 경우 3초 4초 말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에 일일히 마우스로 뒤로 이동해줘야 합니다.

 

Q. 화면에서 글씨만 나타나는 부분의 번역은 어떻게 처리하는가?

화면 내 글씨는 당연한 얘기지만 사운드 스펙트로미터로 확인이 안되는 부분이므로 화면을 일일히 마우스로 이동시킨 후 일시정지 시킨 다음, 해당 부분을 스펙트로미터에서 찾은 후 마우스로 클릭 후 입력해줘야 하므로 매우 불편 합니다. 더욱이 어느 화면에서 어느 글자가 나올지는 계속 영상을 보면서 확인해야 하는데 Aegisub의 성질상 사운드 스펙트로미터에 치중한 인터페이스 때문에 어차피 또 영상을 보면서 일일히 확인을 해야하는 2중 노동을 해야합니다.  

 

Q. 싱크가 애매한 부분을 손쉽게 교정이 가능한가?

NSCC4에서는 자막이 대사보다 약간 느리거나 빠르거나 할 경우 곧바로 단축키로 뒤로 살짝 영상을 되감은 후 다시 재생한 다음에 다시 싱크를 찍어주면 될 일이지만 Aegisub에서는 영상+사운드를 되감아주는 기능이 그저 마우스로만 가능하게 되어있습니다. 별 것 아닌 몇 초정도의 차이라고는 해도 이게 30분 40분 작업이 되면 몇 시간의 차이로 벌어집니다. 특히나 나레이션 부분이 길어져서 글자를 쪼개 여러번의 싱크를 찍어줘야 하는 작업이 생길 경우 치명적입니다.

 

Q. 그렇다면 Aegisub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

화려한 이펙트를 동반한 ASS 자막을 만들려면 일단 NSCC4 같은 리얼타임 프로그램으로 제작 후 이를 Aegisub으로 읽어들여 2차 작업을 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html기반으로 작성되는 smi 파일은 일종의 갈라파고스화된 한국만의 자막형태이기 때문에 변환자체에도 약간 시간이 걸릴 뿐더러 처음부터 ASS를 염두해두고 자막을 만들게 되면 smi 용 자막을 위해서는 또 한번 수정을 해야하는 3중 노동이 발생하고 또 오타나 오역, 싱크 수정, 노래방 자막등과 같은 기믹이 얽히게 되면 그 시간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대강 글씨만 넣고 끝낼거였으면 애초에 Aegisub을 쓸 이유도 없을 뿐더러 Aegisub은 노력을 들이면 들일수록 고품질 자막이 나오는 구조이므로 굉장한 인내력덕력이 요구된다는 점을 미리 알아두셔야 합니다.

 

결국 Aegisub라는 프로그램은 대사대본이 완성된 파일을 로딩시켜서 추가 작업을 하기위한 용도이지 리얼타임으로 자막을 찍어낼 수 있는 간편한 툴은 아니라는게 제 결론입니다. 귀가 열려서 일본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한국말로 대사를 치는 수준인 분들에게는 매우 답답한 프로그램입니다. 핵심인 영상일시정지 - 시작싱크생성 - 대사입력 - 종료싱크생성 - 영상재생  +프레임(영상+사운드)이동 이라는 프로세스를 얼마나 간결하게 행할 수 있느냐의 측면에서 아직 부족함이 많습니다. 

 

오랜기간동안 자막제작자들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프로세스의 간결함을 추구한 끝에 거의 정점에 달해있는 고능률 프로그램들(NSCC4, 한방에, 사미빌더 등)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약간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 하실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매우 불편한 것은 사실이므로 리얼타임형 자막제작에는 부적합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고도로 숙련된 자막제작자가 25분짜리 애니메이션 자막을 오타/오역 없이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이 1시간 남짓 이라는 것을 생각해볼때 ASS 자막은 최소한 그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작업이라는 것을 미리 알아두셔야 할 것입니다. 결과물에 대한 스펙트럼이 아무리 다양하다고 한들 제작자 지향적이지 않은 불편한 툴은 결국 소수의 몇몇을 제외하고는 외면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아무리 화려하고 멋지다 해도 한국 자막의 주류가 ASS 쪽으로 넘어갈 수 없는 이유입니다.

 

 

What IF

반대로 위에서 지적한 인터페이스와 기능 보완만 이루어 진다면 더 이상 smi가 명함 내미는 일은 없게 될 겁니다. 이미 세계적으로 보면 한국만 유독 특이하게 smi를 쓰지, 대부분 ass나 srt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제작자님이 개발을 중단하신 NSCC4에 Aegisub의 기능을 얹는 것은 불가능하지만(단, A/S 하시는 분은 계십니다 투명인간취급 님) 반대의 경우는 현재도 활성화된 포럼을 통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제언이 있다면 언젠가 관련 기능이 버전업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럴때 아쓰맨 님과 같이 실제로 오랜기간 자막을 만든 경험과 ICM이라는 자작 자막툴 개발 경험까지 갖춘 분께서 피드백 해주신다면 더 할 나위가 없겠지만 '14년 11월 이래로 잠수중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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