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신변 잡기 (雜記)/매스 컬쳐

공각기동대 Ghost in the Shell 2017 후기

by UTPasiirs 2017. 4. 4.

- 약간 가벼워진 스칼렛 판 쿠사나기의 섹션 9

 

정말 오랜만에 컬쳐란에 글을 올리는 것 같네요. 특히 매스 컬쳐 감상문을 쓰는건 거의 2년만인 것 같습니다. 요즘 사는게 바빠진 것도 있고 본의 아니게 자막활동이 휴지기에 들어가다보니 블로그 관리도 상당히 뜸해졌었는데 이번 공각기동대 극장판을 계기로 감상을 몇 글자 적어볼까 합니다.

 

공각기동대 시리즈는 이미 널리 대중에 알려졌습니다. 최초의 공각기동대가 극장판으로 개봉한지 20년이 넘었으니까요. 그러나 매트릭스가 한창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기 전까지는 일반 대중 인지도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만화였고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개념이 쉽게 와닿지 않는 시절이었으니까요. 그 당시에는 PC통신은 커녕 컴퓨터를 갖고 있는 가정도 그리 많지 않던 시대였으니 영화의 핵심인 네트워크, 전뇌화, 디지털, 고스트 같은 얘기는 정말 아는 사람에게나 어필할 수 밖에 없는 요소로 작용했었습니다. (悳)

 

그러나 시간이 흘러 이제 휴대폰으로도 거의 모든 네트워크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며 IoT라는 개념으로 현실과 네트워크의 간접연결이 이루어져 공각기동대에서 제시하는 전뇌 네트워크/마인드업로딩 같은 개념을 일반대중이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20년 만에 시대가 영화를 따라잡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와서 원작을 보면 참 감회가 새롭죠.

 

다만 핵심화두의 측면에서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한 2017년판 공각기동대는 원극장판에서 제시하던 고차원적인 개념보다는 조금 단순화된 인간의 사이보그화로 인한 자아정체성의 탐색이라는 무난해진 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마침내 과거에 어려웠던 고차원적인 주제를 받아들 수 있는 환경이 된 지금 이번에는 거꾸로 영화가 대중의 수준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점은 좀 얄궂습니다. 물론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고 일반대중의 눈높이가 어느 정도인지는 저보다 영화감독이 훨씬 더 잘 파악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개봉 일주일이 지난 지금 예매율로 보았을때 상당히 선전하고 있으니 오덕의 입장에서만 생각했었던 제가 틀렸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냥 스칼렛의 티켓파워로 선전하고 있는걸 수도…)

 

한편 케릭터적인 측면에서 원작의 케릭터는 20대의 사이보그 외형 속에 50대 여성의 꽉찬 인생관이 들어가있다고 보면 이번 극장판에서는 그야말로 20대의 사이보그 외형에 걸맞는 소녀의 감성이 가득했습니다. 연기하는 스칼렛이 나이가 어리다보니 그런걸까요? 덕분에 카리스마 넘치고 신비했었던 느낌이 상당히 희석되어 조금 아쉬웠습니다. 다만 공각기동대의 모든 시리즈가 그렇듯이 큰 줄기를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설정이 조금씩 바뀌며 패래럴 월드로 구성되었다는 점을 보면 납득이 가는 수준에서 스토리가 나름 잘 정리가 된 것 같습니다. 약간 가벼운 공각기동대라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덕분에 오랜만에 예전에 자막작업을 했었던 공각기동대 BD도 꺼내보고 유익한 여가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다만 토렌트에서 제가 만들었던 공각기동대 신극장판 자막이 제작자 닉네임이 지워진채로 돌아다니고 있는걸 우연히 발견했는데.. 조금 씁쓸하더군요. 이런 경우가 처음도 아니지만 볼때마다 맥 빠지는건 영 익숙해지지가 않네요. 굳이 자막에서 제작자 태그만 쓱 지워서 배포하는 이유는 지금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 행위입니다. 여튼 사족은 여기까지하고 영화 자체는 티켓값에 아깝지 않은 과거의 계보를 잘 따르면서도 새롭게 재해석한 수작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