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sage flower 불길한 꽃

 

일본에서는 개봉한지 제법 되었지만 국내 개봉을 기념하여 보고 왔습니다. 이제는 씹덕물이라고 해서 인터넷에서 만화나 애니 가지고 몇 글자 적기만 하면 수용소를 탈출했냐는 등 네 다음 씹덕이라는 등 몰상식한 발언이 쏟아져서 블로그 말고는 어디 적을 공간도 마땅치가 않게된 것이 씁쓸합니다.

 

영화 소감을 적기 앞서서 근 몇 년 사이의 트렌드를 좀 언급하자면, 아예 서브컬쳐에 대한 주 소비층이 완전히 갈려버렸다는 점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투니버스나 챔프 같은 채널은 아예 유아용 채널로 변해버렸고 애니메이션도 이제는 '이 쪽' 계열 아니면 납득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리그화가 되어서 그 골을 도저히 메울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는 것 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공중파에서 서브컬쳐문화가 제법 스포트라이트 되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제는 애니는 커녕 만화도 속칭 원나블 같은 메이저 만화가 아니면 대놓고 조롱이나 당하는 분위기에 이 영화가 국내 개봉되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거의 덕판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그냥 채산의 문제겠지만 여튼..

 

오늘도 영화관 들어가니까 서로간 두려운 눈으로 애써 시선을 피하던 관람객들의 모습이 유독 기억에 남네요.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미야자키 하야오 선생이 한 말씀을 좀 인용해 볼까 합니다. '인간관찰을 하기 싫어하는 인간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다.' 즉 어린시절 만화만 보며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던 사람들이 만화를 만드는 세대가 된 지금 제대로 된 만화가 나오겠냐는 겁니다.

 

인생의 스펙트럼이 기껏해야 학교, 학원, 입시, 동아리 활동 정도에 국한되었던 자들에게서 나오는 빈약한 상상력의 말로가 지금 일본 애니메이션의 현주소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당장 애니메이션 방영 스케쥴 표만 봐도 알 수 있죠. 되도 않은 개똥철학이나 말초적 자극만 추구하거나 이것도 아니면 그저 예쁘장하게 치장한 일상물이 대다수 입니다. 방향성이 있는 무언가를 가진 작품이 얼마나 보입니까. 그런 만화들이 현 시대의 주류를 이루게 되니 세상을 등진 자들의 리그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가 없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저는 솔직히 대답이 궁색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잡설이 너무 길어져서 일단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 포스팅때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영화 내용을 보자면 아무래도 UBW 극장판에서 교훈을 얻은 듯 분기 1개를 다루기 위해서는 한편의 영화로는 어림없다는 인식이 잘 반영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공의 경계 극장판을 통해서 노하우를 얻었기 때문일까요? 동 시리즈물의 연장선상으로 보았을때 ufotable 제 외 페이트 시리즈는 거의 괴작 수준이었는데 다행히도 이번 극장판은 원작의 사쿠라 루트 특유의 음울함이 잘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이상과 동경 같은 타 루트의 주제의식과는 차별화된 육체적이고 현실적인 쓴 맛이 잘 느껴지네요.

 

3부작 중 첫 편이라서 그런지 일단 도입부를 최대한 줄이고 줄였는데도 본 주제로 들어가는데 상당량의 플레이타임을 할애했지만 TV시리즈의 뱅크신 등을 활용하여 이제는 지루한 '그' 프롤로그를 잘 풀어낸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만큼 액션신의 다채로움은 줄어들어서 약간 아쉬움도 남습니다만 3부작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게임을 플레이 해본지가 워낙 오래되서 그래도 신선한 기분으로 볼 수 있었겠지 싶었는데 막상 보니까 너무 잘 기억나서 그다지 새롭지는 않았습니다. 망상신음 같은 형이하학적 외전까지 너무 잘 기억이 나서 당황스러울 정도네요.

 

결론적으로 새로운 것은 없었지만 마이너스적인 요소도 없었다는게 대략적인 감상편입니다. 원작 팬들도 나름대로 안심하고 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데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네요. 아마 영화관에서 개봉을 하였으니 BD로도 발매가 될 가능성도 꽤 높아진 것 같은데 기회가 되면 이것도 집에 들여놔야 겠습니다. 다음편은 반드시 19세로 개봉하여 모든 이들의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이 되길 기원하며 마칩니다. 

 

- Hella of a life 정말 멋진 인생이야

 

이미 개봉한지 좀 시간이 많이 지나기는 했지만 정말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하는데다가 장르도 너무 좋아하는 분야라서 몇 글자 적어봅니다.

 

제니퍼 로렌스는 흔히 헝거게임의 캣니스와 엑스맨의 미스틱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배우고 크리스 프렛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로 비로소 대중에게 인식되기 시작한 배우 입니다. '원티드' 라는 작품에서 제임스 맥어보이에게 키보드로 두들겨 맞는 쩌리로 나올 때까지 그가 이렇게 놀라운 배우가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긴 말 필요없는 세계적인 배우죠 .

 

이 패신져스라는 영화는 아주 먼 우주 건너편의 또 다른 지구, 즉 제 2의 터전을 찾아 떠나는 이주민의 우주선이라는 배경을 토대로 모든 승객이 기계를 통해 동면과 비슷한 상태로 나이를 먹지않고 무려 120년을 잠든채 나아가는, 상상만 해도 아득한 여정에서 어떤 사고로 인해 90년이나 일찍 동면에서 깨어나 버린 짐 프레스턴(크리스 프랫)이 홀로 1년 넘는 고독한 생활을 견디다못해 자신의 이상형이자 승객들 중 한명이었던 오로라 레인(제니퍼 로렌스)을 깨우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남은 인생 전부를 우주선에서 보낼 수 밖에 없게된 현실에 낙심하지만 이윽고 둘은 서로의 고독을 메우려는 듯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러한 평화도 잠시, 우연치 않게 바텐더 로봇으로부터 자신이 짐 프레스턴에 의해 인위적으로 깨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오로라는 자신이 계획했던 모든 인생을 망쳐버린 그를 경멸하게 됩니다. 그러나 두 번 다시 마주하지 않은 채 영원히 부서진 상태로 있을 것만 같은 둘의 관계도 이 모든 것의 원인이었던 우주선 고장의 피해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됨과 동시에 극적인 전환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결국 고장의 원인을 해결하고 문제를 바로 잡는 과정에서 짐은 자신의 목숨을 바쳐 우주선을 수리하게 되고 이를 통해 오로라는 짐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되어 남은 인생을 그와 함께 우주선에서 보내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죽는 그 순간까지 짐을 제외한 다른 사람과 대화할 일도 없고, 멀리 떠날 수 도 없고, 심지어 제 2 터전의 땅을 밟지도 못한 채 자신의 수명이 다할 것을 알면서도 다시 잠들 수 있는 유일한 수단마저 단념한채 그의 동반자로 살아가는 인생을 선택한 모습을 보면서 인간이 자신의 인생에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깨달은 바가 있다면 자신이 인생을 살며 설령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떠난다 하더라도 함께 걸어갈 동반자가 있고 삶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충분히 멋진 인생이 아닐까 하는 점입니다. 무언가를 이루고 가는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인생이 있듯이 삶 자체를 누리며 주어진 인생에 만족하며 사는 것 또한 인간이 사는 방식이라는 것. 그러한 점을 위주로 영화를 감상하시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 희망이 없는 코스믹 호러


제가 영화관을 찾을 때 빼놓지 않는 키워드가 몇개 있습니다. 그 중 몇 개가 바로 우주, 생존, 과학입니다. 라이프는 이 조건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영화였기에 개봉일을 놓칠새라 휴가를 쓰고 찾아가서 관람했죠.


그런데.. 이 영화는 포스터부터 정말 엄청난 배우들을 끌어다 쓴 것 치고 제 생각보다 훨씬 답답한 전개와 구태의연한 스토리, 생각보다 적은 볼거리로 실망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CG는 굳이 2017년이 아니어도 충분히 표현 가능한 수준이었고 핵심 배우들의 열연은 미처 빛을 발하기도 전에 등장인물의 죽음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꺼져버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뻔하디 뻔한 위기상황에서 저 뛰어난 우주비행사들이 갓 전입온 이등병마냥 얼타고 있던 모습은 쉴드가 불가능한 레벨이었습니다. 정말 멍청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해야할까요? 아주 기본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위험해 보이는 것에는 가까이 가지 않는다, 만지지 않는다, 하지 말라면 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의 멍청한 주인공들은 기어코 일을 저지르고 말죠. 정말 이런 레파토리는 지겹디 지겹습니다. 


물론 아무것도 안하면 영화가 안되겠지만 적어도 그렇다면 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지 충분한 개연성을 관람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게 연출이고 스토리죠. 명작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핵심 요소입니다. 그러나 영화 라이프에서는 이게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등장하는 모든 케릭터들이 죄다 트롤입니다. 세상에 트롤팟도 이런 트롤팟이 있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 세포수준에서 이제 막 생물로 자라난 화성생명체가 학살을 시작하자마자 최신 하이테크의 결정체인 우주스테이션에서 노린듯이 제일 먼저 고장나는게 지구 와의 통신시스템이라는 스토리 전개는.. 할말을 잃게 만들죠.  

 

이런 납득하기 힘든 우연이 영화에서 계속 반복되면 뭘까요? 그냥 개판이라는 뜻 입니다. 스토리가 산으로 가면 정말 강력한 연출로 사람들을 휘어잡는 무언가라도 있어야 하는데 이것도 참 뻔하디 뻔한 내용입니다. 괴물이 갑툭튀해서 사람 잡아먹는 연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이런 작품은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단지 이 영화에서 타 작품과 다른 점은 배경이 우주라는 것 뿐이죠. 그마저도 에어리언 이라는 영화가 있으니 특별히 새삼스러울 것도 없습니다. 진부하죠.

 

연출 측면에서 영화 중에 실험용 랫을 감싸서 한방에 흡수해버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혹시 사람도 그렇게 흡수해서 순식간에 엄청난 진화를 할까하는 기대를 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어랍쇼? 사람은 그냥 죽이기만 합니다. 이럴거면 진화하는 뇌이자 근육이자 감각기관이라는 설정이 왜 필요했을까요? 할 말이 없습니다.


딱 하나 좋았던 것은 기존의 코스믹 호러들은 엔딩에 다다르면 나름대로 스토리를 정리하며 관객의 긴장을 풀어주는 일종의 정형화된 클리셰를 보여주지만 이 영화는 그런 부분에서는 과거를 단순히 답습하지 않고 나름의 반전을 주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화를 보시면 알 수 있겠습니다만은 조금 네타를 하자면 이 영화가 대박이 나면 속편이 나올수도 있는 열린 전개로 마무리가 되었는데, 제 개인적인 견해로 이 영화는 그냥 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냥 생각없이 아 깜짝이야! 싶은 영화가 보고 싶은 분께는 추천하지만 그렇지 않으신 분들은 블루레이가 발매되면 대여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