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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to 6, 복지가 아닌 세뇌

by UTPasiirs 2024. 3. 24.

우리나라의 저출산 대책이 그러하듯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은 20~30대 세대가 굉장히 착각 또는 세뇌당해 있는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9시 출근 6시 퇴근이 복지이고, 우리들의 워라밸을 지켜주는 마지노 선이라고 생각하는 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에는 아침이 없다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들에게 보통은 아침이란 출근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이때 어떤 짓을 하건간에 그것은 출근을 위한 준비일 뿐이지 자신의 여가 시간이 아니다. 밥먹는것도, 볼일을 보는것도, 샤워를 하는것도, 복장을 갖춰입는것도 모두 출근을 위한 행위들이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되고, 서두르지 않고 언제까지고 미뤄둘 수 있는 행위들인 것이다. 즉, 당신이 출근하는 날은 9시부터 업무가 시작되는것이 아니라 당신이 기상한 그 시각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저녁도 없다

퇴근도 마찬가지다 퇴근을 하면 나의 일상을 누리기 위해 귀가해야한다. 6시에 퇴근하는 사람이 6시 0분 1초부터 나를 위해 무언가를 바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나는 대한민국에 몇 명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우리는 '귀가'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직장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소비되는 나의 소중한 시간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생명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행위에 나의 시간을 소비해야한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이것은 나를 위한 시간이 아니다. 살기 위한 시간일 뿐이다. 

대한민국에서 나를 위한 시간은 밤 9시부터 

따지고 보면 정말로 나를 위한 시간은 도대체 하루에 몇분이나 있을까?

자정에 정확히 잠드는 축복받은 잠의 고수가 9 to 6 직장에 근무한다고 가정해보자. 

 

수면(7시간), 통근(1시간), 식사(2시간(점심포함), 용변(30분), 집안일(30분), 업무(8시간), 자기계발(2시간)  = 21시간

 

각 시간별 오차를 고려해도 대한민국에 살면서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은 밤 9시부터 시작된다. 정말 최소한의 것들만 했는데도 이 지랄이다. 현실은 훨씬 혹독하다. 대중교통으로 통근하면 2시간은 기본인 사람들이 널리고 널렸다. 그리고 자기계발은 여가시간 아니냐고 반문할수도 있는데 21세기에 사는 우리는 정말 다양하고 잡다한 일들을 많이 해야 하고 그 와중에도 내 옆에 인간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나의 시간을 써야한다. 이런 것들을 위해 하루에 2시간도 쓰지 못하면 바로 나의 삶은 이른바 '나락'으로 가게 된다. 도태된다는 뜻이다. 자기계발은 나를 위한 시간이 아니라 내가 살기위해 써야만 하는 강제된 시간이다. 여기에 회식, 모임, 야근, 경조사 참석 등을 고려하면 여가 시간은 제로로 수렴된다.

 

그런데 슬픈 사실은.. 이렇게 간신히 확보한 여가시간조차 체력이 방전되어 꼼짝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하루종일 밖에서 일에 치이고 콩나물 시루같은 지하철, 버스, 기차 등 통근에 시달려 파김치가 된 상태에서 도대체 뭘 할 수 있겠는가. 요새 퇴근만 하면 잘때까지 누워서 유튜브만 본다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그 사람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부동산 가격이 미쳐돌아가 젊은이들이 수도외곽권으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 인구구조가 궤멸상태에 이른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인과(因果)이자 인재(人災)다. 

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대국민 세뇌는 너무나도 견고하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멀었다. 왜냐면 '나때는 토요일도 근무했고 애낳고 다 했어' 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아직도 업계에서 현역으로 계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분들이 그럴 수 있었던건 그럴 수 있었던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그분들이 애낳고 살 수 있었던건 집안일을 전담했던 어머니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분들이 외벌이로도 충분히 한가정을 건사할 수 있었던 건 저밀도 고성장 사회구조를 지닌 개발도상국이었기 때문이다. 당신들이 위대하다고 착각하는건 위대할 수 있는 환경의 축복 덕분이다. 어떤 한 빛나는 개인의 능력, 노력, 희생이 그 세대를 전부 대표할 수 있는건 아니다. 할만하니까 한거지, 불가능을 가능케 한 게 아니라는 거지 평균적으로는.. 사회는 평균으로 판단해야한다. 

 

지금은 맞벌이가 아니면 웬만한 생활 요구 수준조차 감당이 안된다. 집은 고사하고 차 한대 바꾸기도 쉽지 않다. 연봉 1억 못찍은 네 노오력 탓이에요 같은 씹소리는 이제 그만.. 연봉이 2억이어도 5억짜리 집 한채 사려면 세금, 생활비 등을 고려하면 7년은 저축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서울 평균 아파트 시세가 몇억일까? 12억에 육박한다 ( 한방에 도곡 10억↑…"서울 아파트값 더 올라" 평균 12억 회복? - 머니투데이 (mt.co.kr)) 어디 썩다리 40년된 주공아파트조차도 주소지에 서울만 쳐박혀 있으면 5억은 기본이다. 이 와중에 애까지 낳고 나의 능력도 업그레이드 해야한다? 없으면 시골가서 살아라? 도대체 나의 삶은 어디에 있는것인가. 여기에 전세사기 같은 큰 사건에 휘말리기라도 한다면? 안전망이라는 것이 없는 이 혹독한 사회에서 한 개인은 너무나도 무력하다. 

사람의 행복 최소치는 남이 규정할 수도 규정되어서도 안된다

말도 안되는 가정이지만 초월적 관점에서 나의 인생에 승리만을 목표로 두는게 아니라 그냥 숨쉬고 먹고 싸는 것에 중점을 두고 모든 인간사에 달관하여 신문 한부(1000원) 사보고, 편의점 도시락(4500원) 한개만 사먹어도 의식주가 모두 충족되어 행복하다는 삶이 있다고 치자.. 그런 국민들만 있는 사회가 과연 유지가 될까? 뇌에 매트릭스 임플란트라도 이식하지 않는한 불가능한 일이다. 최소한의 소비만을 하는 사회가 어떻게 유지될까?

답은 주4일제 혹은 9 to 4에 있다

우리의 삶은 9 to 4가 되어야 비로소 회복될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여유라는게 무엇인지 알게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9 to 4에 있다. 몇 해 전, '저녁이 있는 삶' 이란 슬로건을 들고온 정치인이 있었는데 우리는 그 시점과 비교해봐도 단 1도 변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갈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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