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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변 잡기 (雜記)/매스 컬쳐

라이프 2017 후기

by UTPasiirs 2017. 4. 5.

- 희망이 없는 코스믹 호러


제가 영화관을 찾을 때 빼놓지 않는 키워드가 몇개 있습니다. 그 중 몇 개가 바로 우주, 생존, 과학입니다. 라이프는 이 조건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영화였기에 개봉일을 놓칠새라 휴가를 쓰고 찾아가서 관람했죠.


그런데.. 이 영화는 포스터부터 정말 엄청난 배우들을 끌어다 쓴 것 치고 제 생각보다 훨씬 답답한 전개와 구태의연한 스토리, 생각보다 적은 볼거리로 실망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CG는 굳이 2017년이 아니어도 충분히 표현 가능한 수준이었고 핵심 배우들의 열연은 미처 빛을 발하기도 전에 등장인물의 죽음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꺼져버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뻔하디 뻔한 위기상황에서 저 뛰어난 우주비행사들이 갓 전입온 이등병마냥 얼타고 있던 모습은 쉴드가 불가능한 레벨이었습니다. 정말 멍청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해야할까요? 아주 기본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위험해 보이는 것에는 가까이 가지 않는다, 만지지 않는다, 하지 말라면 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의 멍청한 주인공들은 기어코 일을 저지르고 말죠. 정말 이런 레파토리는 지겹디 지겹습니다. 


물론 아무것도 안하면 영화가 안되겠지만 적어도 그렇다면 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지 충분한 개연성을 관람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게 연출이고 스토리죠. 명작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핵심 요소입니다. 그러나 영화 라이프에서는 이게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등장하는 모든 케릭터들이 죄다 트롤입니다. 세상에 트롤팟도 이런 트롤팟이 있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 세포수준에서 이제 막 생물로 자라난 화성생명체가 학살을 시작하자마자 최신 하이테크의 결정체인 우주스테이션에서 노린듯이 제일 먼저 고장나는게 지구 와의 통신시스템이라는 스토리 전개는.. 할말을 잃게 만들죠.  

 

이런 납득하기 힘든 우연이 영화에서 계속 반복되면 뭘까요? 그냥 개판이라는 뜻 입니다. 스토리가 산으로 가면 정말 강력한 연출로 사람들을 휘어잡는 무언가라도 있어야 하는데 이것도 참 뻔하디 뻔한 내용입니다. 괴물이 갑툭튀해서 사람 잡아먹는 연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이런 작품은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단지 이 영화에서 타 작품과 다른 점은 배경이 우주라는 것 뿐이죠. 그마저도 에어리언 이라는 영화가 있으니 특별히 새삼스러울 것도 없습니다. 진부하죠.

 

연출 측면에서 영화 중에 실험용 랫을 감싸서 한방에 흡수해버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혹시 사람도 그렇게 흡수해서 순식간에 엄청난 진화를 할까하는 기대를 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어랍쇼? 사람은 그냥 죽이기만 합니다. 이럴거면 진화하는 뇌이자 근육이자 감각기관이라는 설정이 왜 필요했을까요? 할 말이 없습니다.


딱 하나 좋았던 것은 기존의 코스믹 호러들은 엔딩에 다다르면 나름대로 스토리를 정리하며 관객의 긴장을 풀어주는 일종의 정형화된 클리셰를 보여주지만 이 영화는 그런 부분에서는 과거를 단순히 답습하지 않고 나름의 반전을 주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화를 보시면 알 수 있겠습니다만은 조금 네타를 하자면 이 영화가 대박이 나면 속편이 나올수도 있는 열린 전개로 마무리가 되었는데, 제 개인적인 견해로 이 영화는 그냥 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냥 생각없이 아 깜짝이야! 싶은 영화가 보고 싶은 분께는 추천하지만 그렇지 않으신 분들은 블루레이가 발매되면 대여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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